(슬기로운 신행생활) 혼자서 기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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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07회 작성일 21-05-16 12:58본문
수행이란?
수행이란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다. 체력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서 단련하듯,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매일 수행을 해야 한다. 수행이란 마음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마음 훈련이다.
왜 수행을 해야 할까?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다. 마음이 건강해야 마음에 병이 들지 않는다. 마음에 병이 든다는 것은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우울해하고 화내고 분노하고 체념하고 무기력증에 빠지고 불안해하고 두려워하여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아픈 것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꾸준히 수행하여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
기도와 예불은 수행의 다른 이름이다.
500원짜리 동전의 앞면에는 학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오백이라는 숫자가 쓰여있다. 앞에서 보면 학이 보이고 뒤에서 보면 숫자가 보이지만 둘은 똑같은 500원짜리 동전이다. 수행도 마찬가지다. 수행의 공덕, 수행의 결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수행을 바라보면 그것이 기도다. 수행의 공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겠다 혹은 수행의 공덕을 누군가를 위해서 회향하는 것이 기도다. 그리고 예불은 나도 부처님처럼 열심히 수행해서 부처님처럼 되겠다고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다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개인의 관점에서 수행은 예불이다. 기도와 예불은 수행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집에서 혼자서 기도하는 마음 자세
집에서 혼자 기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년 365일 매일 하루도 빼지 않고 열심히 예불하고 기도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나 기간을 지정하여 열심히 기도를 하면 되고, 실제로 많이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매달 1일부터 3일간 기도한다든가(신중기도), 동지날 기도한다든가(동지기도) 하는 식이다.
스님과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한다.
이것 만으로도 부족하다. 나 혼자 기도를 하면 해이해지기 쉽다. 그래서 절에서 매일 예불을 하는 스님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고, 절에 기도를 접수하고 집에서 함께 기도하기를 권한다. 기도에 동참하면 예불이 끝날 때 스님들이 축원을 한다. 이러한 축원은 스님들이 예불한 공덕을 기도 동참자인 신도들에게 돌리겠다는 의미다. 그런 마음으로 스님들은 예불을 하고 기도를 한다. 그리고 신도들은 스님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며 풀어지기 쉬운 마음을 다스린다.
그러나 스님이 내 기도를 대신해준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 자식이 시험에 붙어야 하는데 마음이 너무 불안하여 다스릴 수가 없을 때 기도를 접수하고 ‘스님들이 내 불안한 마음을 좀 달래주세요’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함께 기도를 해야 한다. 일주일 동안 기도를 하겠다고 하면, 스님들은 그 일주일 동안 열심히 예불하고 기도한 공덕을 신도에게 돌리는 것이고, 신도들은 불안한 마음을 스스로 수행하여 다스리는 것이다. 스님이 나 대신 소원을 이뤄달라거나, 내지는 부처님께 정성을 다해서 공양을 올리니, 대신 “내 자식 잘 되게 해달라”고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는 내 마음을 위한 자가치료.
평소에 기도를 하지 않으면 어느 날 마음에 병이 오기도 한다. 몸이 고장나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약을 타면 되는데 마음에 병이 나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 불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우리 마음을 위한 자가치료를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도이며 수행이다.
기도하는 순서
수행을 특별히 ‘기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수행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했을 때다. 물론 수행은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해진 형식에 따라 반복적으로 기도하면 의미도 더 커지고 기도하는 힘도 더 배가된다. 기본적인 기도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천수경 à수행 à발원문 à반야심경
수행을 시작할 때 수행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바로 가지기 위하여 먼저 천수경을 독송한다. 그리고 나서 본인이 정한 수행을 한다. ‘수행’의 종류는 정근, 참선, 사경, 주력 등으로 다양하다. 그 후에는 수행한 공덕을 어떻게 회향하겠다고 발원하는 시간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반야심경을 읽으며 기도를 마무리한다.
만약 정근 수행을 한다면 최소 20분 이상 정근하는 것이 좋다. 수행을 하고 나면 반드시 그 수행의 공덕을 회향해야 한다. 내가 잘되기 위해서 수행하면 안 된다. 발원하는 목적은 수행의 공덕을 회향하는데 있다. 발원문은 다양하지만 나옹선사의 행선축원이나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이 대표적이다. 이 두 발원문이 7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많은 수행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말이며 그 안에 엄청난 수행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내 마음과 주변 상황이 힘들어서 기도를 했다면, 행선축원이나 이산혜연선사발원문을 한 후에 개인적인 발원을 따로 짧게 덧붙이면 된다. 이렇게 모든 발원을 끝낸 후 반야심경으로 마무리 한다.
기도는 언제 하면 좋을까?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기왕이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수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불자로서 불자다운 삶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꾸준히 같은 시간에 반복하는 것이다.
‘기도 별 것 아니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집에 돌아가 다음 날 눈을 뜨면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증심사에서는 <증심사 신행 캘린더>를 만들었다. ‘열심히 기도해야지!’ 마음만 먹지 말고 기록하고 표시하라는 당부를 드린다.
정근하는 법
엄밀히 따지고 보면 모든 수행은 비록 대중들과 한 자리에서 한다 할지라도 결국은 혼자만의 수행이 될 수 밖에 없다. 修行은 곧 修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좌선과 같은 다른 수행과 달리 정근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같이 하는 대중의 영향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동참하는 대중의 영향이 어떤 때는 득이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근 역시 결국은 혼자만의 수행이 될 수 밖에 없다.
보통 정근할 때, 자기 정근 소리를 귀로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처음 시작할 때이고 이 단계가 지나면 마음 속으로 내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정근을 하는 자신을 관찰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염불하는 이 놈이 누구인지 하는 화두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단계를 밟아 가면 자연스럽게 수행이 진일보하게 된다.
1단계, 주변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다.
1단계의 목표는 다른 사람의 정근 소리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것이다. 자기와 운곡이 맞지 않아서 짜증이 나거나, 아니면 다들 정근하는데 혼자 정근하지 않고 절을 하는 사람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거나, 법당마루를 쿵쿵거리면서 걷는다거나, 법당에서 옆에 사람들 들리도록 이야기를 한다거나… 이런 것들에 마음이 거친 망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자기가 내는 정근 소리에 마음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때, 같은 운곡을 계속 반복해서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쉽사리 망상이 일어나거나 다른 곳으로 주의를 뺏기기 십상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운곡은 유지하되 자주자주 사소한 변화들을 주어서 관심을 정근 소리에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1단계는 처음 정근하면 생기기 마련인 여러 가지 거친 번뇌들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작업이다.
2단계, 마음 속 정근 소리에 집중한다.
2단계는 마음 속으로 정근을 하는 것이다. 즉 그 마음 속으로 내는 정근 소리가 자연스럽게 입으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정근 소리에 대한 좋고 싫어함이 없어져야 한다. 곡조가 좋지 안다거나, 소리가 작다거나, 강약조절이 좀 어색하다거나 리듬을 타지 못한다거나 하는 등의 자기 정근 소리에 대해서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이 단계에서는 의도적으로 마음 속으로 정근을 한다. 이 때도 어느 정도 마음 속 정근 소리에 어느 정도 집중이 된다 싶으면 가끔씩 이러이러하게 다음 구절을 살짝 바꾸겠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그 생각을 관찰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소리가 나는 일련의 과정을 놓치지 않고 관찰한다. 실제로는 아주 짧은 순간 다음 음절의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 되며 그 상상에 이어지는 결과까지 이어서 놓치지 않고 관찰하고 것이다. 여기까지는 본격적인 정근 수행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이다.
3단계, 정근하는 자신을 관찰한다.
3단계에서는 정근을 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정근을 하는 자신은 다름 아닌 정근하는 중의 각 신체기관이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목의 움직임, 호흡, 입 모양, 목탁채를 움직이는 손의 동작, 목탁을 쥐고 있는 손의 감각이나 어깨의 통증, 서있는 동안 허리와 다리 등의 감각 … 실로 많은 관찰대상들이 있다. 관찰에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관찰대상을 몇 가지 정하고 순서를 정하여 돌아가면서 관찰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런 관찰대상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각 신체기관에 대하여 낯선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나 본인이 정근을 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마치 정근하는 자와 이것을 관찰하는 자가 별개인 듯한 묘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느낌도 관찰의 대상이 된다. 3단계에서는 정근하는 자와 관찰하는 자간의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관건이다. 이 단계가 어느 정도 몸에 익게 되면 밥 먹고, 걷고, 보고, 이야기하는 등의 모든 일상 생활에 관찰을 적용할 수 있다.
4단계, 염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
4단계에서는 관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낯선 느낌을 ‘정근하는 이 놈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발전시킨다. 이제는 마음이 관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 의문으로 모아져서 이 의문이 생기기 이전의 자리가 무엇인지, 이 의문이 어디에서 왔는지 느껴야 한다. 혹은 마음이 그 자리로 모아져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찰 대상과 관찰하는 주체의 구분이 허물어지는 것이요 자신의 신체기관, 자신의 감각 등을 포함한 일체의 외부 대상으로 향하는 관심을 오로지 마음으로 모은다.
망상은 이 모든 단계에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다만 망상의 정도나 종류가 약간씩 다를 뿐이다. 처음 단계에서 망상은 본인도 스스로 느끼는 거친 망상들, 예를 들면 짜증, 지루함, 공상 등이다. 그러나 수행이 깊어질수록 거친 망상들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잊고 지내던 과거 한 때의 장면 같은 것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획 지나가는 식의 비교적 세세한 망상이 생긴다. 옛 스님들이 말씀하시기를 ‘생각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말고,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라’고 하였다. 망상에 대해서는 이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질 않는다. 망상에 끌려 다니다가도 다시 처음 하던 그 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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