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모든 것) 1.재와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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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54회 작성일 21-05-1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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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 제사(祭祀)

가. 재와 제사

통상적인 의미의 제사(祭祀)는 신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기원을 드리거나, 돌아가신 이를 추모하는 의식입니다. 사찰에서 지내는 49재나 천도재 역시 제사(祭祀)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찰에서는 49재 또는 천도재처럼 제사라고 말하지 않고 라고 합니다. 글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기 때문에 같은 것으로 흔히 생각합니다. 불교에서의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몸과 입과 생각으로 짓는 세 가지 업(三業)을 맑게 하여 악업을 짓지 않겠다는 다짐의 뜻으로 삼보(三寶)께 공양을 올리고 귀의하는 믿음을 드러내는 장엄한 불교의식가운데 하나입니다.

불교에서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중음(中陰)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일체의 영혼까지도 깨달음으로 인도할 중생으로 봅니다. 그래서 영가님들을 모시면서 의지하고 매달리지 말라는 뜻으로 <지장경> 등에서는 귀신에게 제사 지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신 제사가 아닌 재를 베풀어 영가님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려는 것이 불교에서 재를 지내는 이유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절에서 지내면 모두 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나. 재주(齋主)와 제주(祭主)

이렇듯 재와 제사는 엄연히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재주와 제주 역시 다릅니다. 제주는 제사를 치르는 주체입니다. 당연히 고인의 친인척이 될 것이며, 제주는 제사의 모든 것을 주관하고 관장합니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초상이 나면 온가족과 친척 심지어 동네사람들까지 나서서 초상을 치렀습니다. 초상났다. 초상집에 간다. 등의 말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는 현대사회가 되면서 제사도 대행 서비스에 맡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병원, 장례식장, 상조회사 등이 제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대신하여 줍니다. 제주는 서비스를 의뢰하고 제사에 참석하기만 하면 됩니다.

재주는 재를 치르는 주체입니다. 역시 고인의 친인척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재는 불교의식이기 때문에 재주가 아닌 스님이 재의식을 주관하고 관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주들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하자면 재의식에 필요한 온갖 과일들을 장만하고 재에 필요한 각종 음식을 준비하고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은 모두 재주의 몫입니다. 다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힘든 일이다 보니 절에서 재의 준비와 마무리까지 도맡아서 해줄 뿐입니다.

다. 사십구재(四十九齋)

사십구재(四十九齋)란 영가(靈駕)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칠일마다 한번씩 봉행하는 재를 말합니다. 임종한 직후의 영가는 살았을 때 음식에 집착하던 습관을 아직 떨쳐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몸이 없음에도 배고파할 영가를 위하여 생전과 똑같은 음식으로 흠향(歆饗)하도록 공양을 올려드립니다. 그리고 살아생전 맺힌 한과 원망, 그리고 집착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덧없는지 깨닫도록 새로운 몸을 받을 때까지 부처님과 고승의 가르침이 담긴 재의식 속의 법문을 듣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앞길을 열어가게 하는 천도재가 곧 49재입니다.

마지막의 일곱 번째 재를 막재, 그리고 칠일마다 올리는 재를 7·7재라 하며 이를 통틀어 사십구재(49)라고 합니다. 망자를 천도하여 드리는 정기적인 재로는 이와같은 7·7재와 100일재, 소상, 대상을 합하여 10번을 모시게 되는데 이는 명부시왕(冥府十王)에게 심판을 받는다는 명부신앙에 근거합니다.

보통 초재부터 6재까지는 지장불공과 상용영반으로 간소하게 지내고 마지막 사십구일이 되는 일곱 번째 올리는 막재에 유족들은 정성을 다하여 공양물을 차려 영가님의 배고픔을 충분히 달랩니다. 그리고 영가님이 법문을 잘 받아들여 불보살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극락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련, 대령, 관욕, 관음시식등의 의식이 이어지는 장엄한 천도재를 지냅니다.

라. 좁은 의미의 천도재

사십구재나 기제사를 대신하는 재이외에 순수한 의미의 재를 흔히 천도재라고 합니다. 우리는 선망조상님의 은덕으로 오늘의 몸을 받았기에 마땅히 조상을 받들고 부모를 공양하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더불어 부처님께서는 여러 생에 걸쳐 인연맺었던 선망부모, 유주무주의 고혼 등 일체의 모든 중생들에게 재()를 베풀고 법식(法食)을 베푸는 일이 공덕을 쌓는 지름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좁은 의미의 천도재는 여러 대에 걸친 선대조상님과 여러 인연있는 영가님을 모시고 공양을 올리고 정해진 불교예법에 따라 천도 의식을 거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천도재는 임종 직후 49일간 행하는 49재나 매년 고인의 기일에 봉행하는 기제사와 달리 여러 조상님과 인연있는 영가님들을 모시고 재주가 원하는 때에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조상님이나 인연있는 영가님 또는 낙태시술로 태중에서 사망한 영가님 등 이미 돌아가신 뒤라 49재를 지낼 수는 없지만 영가님의 극락왕생을 빌고 싶을 때에 천도재를 올립니다.

그 외에도 큰일을 앞두고 있거나, 가정에 커다란 우환이 있을 때 조상님께 공양올리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악업을 참회하고자 할 때에도 천도재를 봉행합니다.

마. 기제사

세속에서 매년 돌아가신 분의 기일에 지내는 제사를 기제사라고 합니다. 요즘은 가정이 핵가족화 혹은 1인 가구화 되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은 제사의 필요성도 예전보다 덜 느끼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쳐지면서 기제사를 제대로 지내기 어려운 가정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인의 기일이 되면 사찰에서 고인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는 것으로 기제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록 대신한다지만 장엄한 법당에서 스님이 주관하여 엄숙한 불교의식으로 치르기 때문에 오히려 영가님과 재주에게 더 큰 공덕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제사도 절에서 지내면 의 일종이 되니까, 기재라고 써야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제사를 절에서 지낸다는 말은 기제사를 절에서 하는 로 대신한다는 의미이지, 세속에서 하는 방식으로 절에서 유교식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이유로 기제사이기는 하지만 불교의 재의식에 따라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기 때문에 재주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바. 재의 공덕

49재든, 좁은 의미의 천도재든, 아니면 기제사든 영가를 천도하는 재의 공덕은 한량없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영가천도를 통하여 부모와 조상을 위하는 일이 자신을 위하는 일이자 자손을 위하는 일이며, 남에게 베푸는 공덕이 곧바로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일임을 분명히 일깨워 주셨습니다. 살아있는 이들이 지극정성으로 영가천도를 올려주면, 허공을 떠도는 영가들은 자신의 후손들이 잘 되도록 도와 주는 음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7대 선망부모와 이 세상에 살아있는 부모를 위하여 그들이 받는 고통을 벗어나게 하려거든 좋은 음식과 온갖 과실을 공양하고 지극한 정성으로 천도의 의식을 받들어 행할지니라. 그리하면 그 공덕으로 살아계신 부모는 백세 장수를 하되 병고액난이 없을 것이요, 선망부모는 아귀보를 벗어나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길을 닦아나갈 수 있으리라. 만약 어떤 사람이 지극한 정성으로 천도재를 베풀고 공양을 올려 복되게 하더라도 공덕의 7분 가운데 1분 공덕은 천도의 대상인 부모에게 가고 나머지 6분 공덕은 베푸는 이에게 돌아가느니라

- 지장경, 7품 이익존망품

 

아직도 육신의 집착을 벗어나지 못한 영가들이 어서 빨리 좋은 몸과 마음을 내어 왕생하시라고 축원드릴 때, 살아있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조상님의 보살핌을 받는 체험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영가는 어서 빨리 새로운 몸을 받아 천도가 되는 것이 사명이자 우리들이 기원하는 바이기에 자신의 소원성취를 위해 조상님의 음덕만을 기대하며 축원하기보다 극락왕생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으로 천도재를 모셔야 합니다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1-05-21 21:39:07 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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